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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우버와 에어비앤비로 대표되는 공유 경제가 자동차 분야까지 영역을 확대했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북유럽에서 자동차 사용 줄이기 캠페인 정도로 지역 동호회 수준에서 시행되던, 먼 나라 이야기로만 들렸던 것이 ‘카 셰어링’이라는 이름으로 어느새 우리 생활 깊숙이 파고들었다.

인천시는 올 연말까지 공유 차량 1,000대를 확보하여 교통 복지기반을 늘린다 하고, LH는 신규 임대아파트에 공유 차량 전용 주차장을 의무적으로 확대하는 등 가까운 미래 생활에 적지 않은 변화를 일으킬 기세다.

만 21세 이상, 운전면허 취득 1년이 경과한 사람이면 누구든지 최소 30분부터 10분 단위로 시간과 장소 상관없이 차량을 빌릴 수 있다.

기존 렌트카와 구별되는 부분이다. 하지만 빛이 있으면 그늘이 있는 법. 최초 회원가입을 하면 별도의 실명 확인없이 혹은 간소한 방법으로 카 셰어링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어 이를 악용하는 사례가 급증하고 있다.

운전면허가 없는 미성년자가 부모 혹은 지인의 신분증으로 회원가입 후 비교적 손쉽게 차를 이용한다거나 사고경력이 많은 운전자가 아무런 검증없이 차를 이용하는 사례가 그것이다.

이로 인해 교통사고율도 급증했다. 2016년 개인용 차량의 경우 한 해 평균 대물배상 교통사고는 0.13건인 반면 카 셰어링의 경우 1.49건으로 약 11배나 높았다.

심지어 운용체계가 그나마 비슷한 렌트카조차도 0.24건으로 카 셰어링에 비해 6배 이상 낮았다. 지금 이 시간에 도로를 달리는 카 셰어링 차량은 1년에 최소 한 번 이상 무조건 사고를 낸다는 말이다.

수많은 원인이 있겠지만 카 셰어링 이용자의 운전경력과 사고 이력을 확인할 수 없는 구조적인 문제를 우선 들 수 있다. 이건 제도적으로 보완하면 된다. 서비스를 이용하기 전에 음주운전이나 뺑소니 사고 이력 등을 조회하고 실제 이용자 일치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절차 말이다.

제도적 보완 다음으로 필요한 것이 ‘내 차도 아닌데 뭐 어때’라는 심성의 변화다. 이 문제는 서두에 언급했던 우버와 에어비앤비 등 공유 경제가 첫 발을 내딛을 때부터 제기된 것이기도 하다. 공유 경제가 개인의 이익을 우선시하는 인간 본성과 얼마나 공존할 수 있느냐는 근본적인 물음이다.

약 200만년 전 호모 하빌리스가 처음 도구를 사용하면서 인류는 ‘소유’하기 시작했다. 현대에는 대중교통의 발달에도 불구하고 하루 평균 2시간 남짓 사용 후 나머지 22시간을 세워 둬 비효율의 정점에 있음에도 기꺼이 개인용 차를 소유한다.

역사학자 프랭크 트렌트먼이 말한대로 우리는 이미 ‘사물의 제국’에 갇혀 소유에 집착하고 익숙하다. 하지만 어느날 갑자기 공유하자고 한다. 충분히 실현가능한 미래의 모습이지만 누군지도 모르는 불특정 다수가 자동차 한 대를 공유한다는 사실이 아직은 낯설다.

소유욕과 애착심이 본능적으로 생겨나야 하건만 그렇지 않다. 그래서 함부로 다룬다. 어차피 소유할 수 없는 것이기에, 어차피 내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에어비앤비도 애초 의도와는 달리 대규모 임대수입을 올리기 위해 집을 여러 채 구입하려는 소유욕 넘치는 사람들 때문에 주택난이 심해지는 부작용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23쌍의 염색체 중 어딘가에 소유욕이 뚜렷하게 새겨져있어 딱히 비난할 수 없다고 애써 위로해보지만 카 셰어링의 경우 그 부작용으로 인해 발생하는 사회적 비용이 많음은 물론 생명과도 직결되기 때문에 마냥 본능이라는 면죄부에 기댈 수는 없다.

여기저기서 공유 경제와 함께 4차 산업혁명, 자율주행차, 사물인터넷 시대라고 장밋빛 전망을 얘기한다.

삶의 패러다임이 송두리째 전환되는 시기란다. 어찌 보면 250만년 인류사에서 공산주의의 태동과 몰락 이후 오랜만에 맞이하는 소유의 위기일 수도 있다.

향후 카 셰어링의 부작용을 해결하기 위해 위와 같은 제도적 보완은 반드시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하지만 이와 별개로 수백만년 동안 축적한 인류의 지성과 이성의 힘이 어디까지 작동될는지 내심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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