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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하나의 이방인, 탈북민

 

필자는 탈북민을 담당하고 있는 신변보호관이다. 그들과 잦은 접촉을 하다보니 남한 사회 정착을 위해 몇 배로 열심히 사는 이들, 명절 위문품을 전달하면 “우리 보다 더 힘든 사람도 많은데 그 사람들 주세요”라며 넉넉하지 않은 살림에도 만족하며 더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 봉사도 하며 나누는 삶을 살고 있는 편안한 이웃 같은 탈북민도 있다.

하지만 북에서의 힘든 생활, 탈북과정에서의 힘든 여정을 온몸으로 겪느라 많은 이들의 건강이 온전하지 못하고, 아직도 신변 위협의 불안감이 있어 밴드 등 sns 활동 조차도 꺼려하며, 경제적·정서적으로 힘든 삶을 사는 이도 있다.

이에 우리 보안경찰, 보안협력위원회(경찰서탈북민지원단체) 등 여러 협력기관·단체들이 탈북민의 안정된 정착을 위하여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문화탐방, 장학금 지원, 명절맞이 위로행사 등의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으며 특히 지난 2월에는 김해중부경찰서 보안협력위원회는 탈북민 의료지원을 위하여 관내 치과병원을 비롯한 총 5개 종합병원과 업무 협약을 체결했다. 이번 협약으로 탈북민 뿐만 아니라 외국인 다문화 가정 등 사회적 약자(1만여 명)에 대한 의료지원이 가능하게 됐다. 이뿐만 아니라 1인 1사 결연 등을 통해 취업지원 등을 하고 있다.

하지만 관(官)에서의 노력만으로는 부족하다. 취업 지원등 연계해주어도 보이지 않는 차별과 멸시로 인하여 적응하지 못하는 사례가 빈번하기 때문이다. 이를 두고 혹자들은 “탈북민은 배급제에 길들여져 열심히 일하지 않기 때문이다. 내가 낸 세금으로 가만히 있어도 대한민국이 최저생계는 보장해 주지 않느냐”라며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는 이가 있다.

우리는 같은 말을 쓰는 같은 얼굴의 한 핏줄이다. 그들이 싫고 좋고의 문제가 아니다. 사이가 좋지 않은 형제라고 해서 서로 의절하며 살아갈 수 없듯이 그들을 품에 안고 살아가야 하는 대한민국 거주 탈북민 3만명 시대를 살고 있다.

그들과 우리 사이의 보이지 않는 벽은 서로 배려하고 존중하려는 노력만 하면 충분히 극복해낼 수 있을 것이다. 단순히 그들이 북에서 왔다는 이유로 막연히 “게으르다.”거나 “노력은 하지 않고 받으려고만 한다”는 등의 왜곡된 시선과 태도는 곤란하다. 그들을 우리와 같은 형제라고 생각해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 마음 하나만으로도 관(官)에서 하는 어떤 활동보다도 그들이 우리나라에 조기에 안정적으로 정착할 수 있는 큰 밑거름이 될 것이다.

어느 40대 탈북민(남)의 말이 오랫동안 귓가에 머물고 있다. “내 말투를 듣고 고향이 어디냐고 물으면, 그냥 강원도에서 왔다고 해요. 출신을 안 이후부터는 임금을 적게 주려고 하거든요. 같은 민족의 땅 한국에만 오면 모든 것이 다 잘되고 행복할 줄 알았어요. 하지만 막상 적응하려니 동남아 외국인보다도 더한 차별과 멸시로 더 큰 배신감을 느꼈어요.”

독자들의 생각은 어떠한지 질문을 던지고 싶다.

성실하고 실력이 뛰어난데도, 그 사람이 탈북민이라는 이유로 정당한 대우를 받지 못하고 차별을 받는다면, 그 사회가 제공하는 다양한 자원·지원을 동원하여 힘을 발휘하더라도 안정적인 정착에는 한계가 있다.

우리나라에 온 탈북민은 자신의 나라로 돌아가면 탈북민에서 벗어나고 우리가 북을 포함해 외국으로 가면 그 반대의 입장이 될 수도 있다.

통일을 준비하는 우리는 그들이 존엄성을 가진 사람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역지사지(易地思之)의 자세가 필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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