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3.28 (목)

  • 흐림동두천 1.0℃
  • 흐림강릉 1.3℃
  • 서울 3.2℃
  • 대전 3.3℃
  • 대구 6.8℃
  • 울산 6.6℃
  • 창원 7.8℃
  • 광주 8.3℃
  • 부산 7.7℃
  • 흐림통영 7.8℃
  • 흐림고창 6.7℃
  • 흐림제주 10.7℃
  • 흐림진주 7.4℃
  • 흐림강화 2.2℃
  • 흐림보은 3.2℃
  • 흐림금산 4.4℃
  • 흐림김해시 7.1℃
  • 흐림북창원 8.1℃
  • 흐림양산시 7.4℃
  • 흐림강진군 8.7℃
  • 흐림의령군 7.5℃
  • 흐림함양군 5.9℃
  • 흐림경주시 6.7℃
  • 흐림거창 4.2℃
  • 흐림합천 7.3℃
  • 흐림밀양 7.6℃
  • 흐림산청 5.9℃
  • 흐림거제 8.0℃
  • 흐림남해 8.3℃
기상청 제공

덕유산 줄기 따라 영호강 물결 따라

거창에도 ‘수목원’이 들어 설 수 있다면

 

이경재 (시인·동화작가)

경남 거창출생. (1963년)

계간 문학지 노둣돌 3호로 작품 활동 시작.

통일문학상(시), 청년문학상(시), MBC창작동화대상 수상(장편동화)

작품집 : 시방세, 원기마을 이야기(시집),

 내가 살던 고향은, 판소리와 놀자, 거창에서 정자랑 놀아요.

 판소리 명창들의 숨겨진 이야기(장편동화)

 임실띠기 임실양반, 거창 밥상 이야기 등이 있음.



덕유산 줄기 따라 영호강 물결 따라

       

   

 

 거창에도 ‘수목원’이 들어 설 수 있다면  

 

 인간이 걷는 속도만큼 산업이 발전해도 우리 지구가 감당하기에는 힘겹다고 한다. 이러함에도 세상은 기를 쓰고 전 지구를 개발해 가고 있다. 그 경쟁에서 우리는 최고 앞장서야 된다고 야단들이다. 우리 거창 또한 마찬가지다. 말로는 거창의 환경에 맞는 적합한 대안을 찾아야 한다고 이야기 하면서 막상 내놓는 답은 별다르지 않다. 거창의 미래는 타 지역과 마찬가지로 건실한 대기업 유치와 공단 건설을 통한 인력창출에 중심축을 새우고 있다. 어디를 가든 큰 차이가 없이 부의 축적과 경제적 성장만을 외치고 있는 듯하다. ‘제레미 레프킨’이라는 미국의 미래 학자는 이러한 현상을 크게 아메리카 드림과 유러피언 드림을 소개하며 그 현상을 분석해 놓았다.

 

  아메라카 드림은 주로 개인의 능력과 자유를 철저하게 부여 한다. 그리고 미국식으로 동화되라는 강요이다. 그렇지 않을 경우에는 무자비한 능력을 보여주며 강자의 처세술을 발휘한다. 이는 곧바로 부의 축적만이 행복의 지름길이기에 경제 성장에 모든 역량을 맞추며 그것이 조금이라도 덕이 아니다 싶으면 무력행사와 반칙을 망설이지 않고 실행한다.

 이에 비해 유렵에서 진행되는 유러피언 드림은 개인이 아니라 공동체와의 관계를 중시하며 문화의 다양성과 삶의 질 향상에 무게를 둔다. 지속 가능한 개발에 소통되지 않는 경제 성장은 과감히 패기 처분해 버린다. 또한 보편적 인권과 능동적 복지, 자연의 권리를 주장하며 삶의 여가에 많은 비용을 투자하고 있다. 그리고 자신이 최고라고 윽박지르며 무력행사를 행사하지도 않고 다원적 협력을 더 우선시 한다.

 

  같은 하늘아래에서 살면서 인식의 차이는 너무나 확연하다. 미국인 이었던 그 조차도 그들의 행위에 대해 부끄러워한다. 우리 또한 이렇듯 사고의 전환이 절실한 때이다.

 거창은 살기 좋은 곳이라고 한다. 그 답을 인정하라고 한다면 망설이겠지만 유러피언 드림을 꿈꾸고 사는 분들이나 작은 모임들이 그나마 다른 지역보다 조금이라도 많아 다행이기 때문이다.

 

  얼마 전 시작한 걷는 모임(트레킹)에서 만난 소중한 분들에게 참 좋은 이야기를 함께 경험하여 흥겨워하고 있다. 지리산 둘레 길을 시작했던 집행부를 초청해 함께 우리가 미리 걸어 두었던 거창 길을 소개해 보았는데 전국에서도 보기 드문 자연경관(하드웨어), 정신문화(소프트웨어)를 다 갖춘 곳이라며 부러워했다.

 최근에 최고를 자랑하는 기업형 병원과 의대에서 발표한 숲 체험에 대한 임상 결과를 다룬 다큐를 본 적이 있다. 숲에서 일주일을 편안하게 쉬면서 명상과 자연 체험을 경험한 뒤 혈압 수치는 안정에 가까울 만큼 좋아졌고 여러 성인병들도 호전되는 수치를 확인할 수 있었다.

 

  거창의 숲길도 그곳과 별반 차이가 없을 뿐만 아니라 자연경관은 월등히 아름다운 곳이다. 이처럼 숲은 우리에게 많은 것들을 가져다주고 있다. 위천 수승대에서 시작된 소나무 숲과 북상의 행기 숲, 갈계 숲은 자연적으로 형성된 숲이다. 이곳을 지날 때면 늘 아쉬운 곳이 있는데 북상 초입의 행기 숲 옆, 친 환경 농법의 단지였다. 친 환경농법의 취지는 참 좋았지만 어떤 이유인지 안타깝게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말을 전해 들었다.

 

  이 지역을 걸으며 나는 참신하고 편안한 수목원과 숲 박물관(혹은 산 박물관)을 생각해 보았다. 물론 그 지역을 경작하는 분들과는 전혀 상관없는 나만의 상상이지만 참 좋은 여건을 갖추고 있다고 생각했다. 인근 지역의 유명 관광 명소 때문인지 거창의 숨은 비경은 상대적으로 거저 지나가는 정도이지 머물다 가는 장소는 아니라고 불만들이 많다. 어쩌면 다행스러운 일인지 모를 일이다. 돈이 되겠다고 생각되는 그 지역들은 막무가내로 아름다운 경관을 훼손하며 유흥시설이 들어서 돌이킬 수 없는 파괴가 이미 진행되고 있다. 우리 지역은 그나마 아직은 안심할 수 있다. 과연 그렇다고 수목원이 적당한지 아니면 또 다른 좋은 대안이 있는지는 다음 호에 좀더 고민하며 생각해 보아야 하겠다.

 

 

거창에도 수목원이 있다면 2

 

 

 산악인이라면 백두대간 종주를 꿈꾸지 않은 사람이 없을 것이다. 백두대간 종주라고 하면 지리산에서 마르금(능선)을 타고 설악산 진부령까지 가는 길을 흔히 말한다. 무작정 능선만 고집하며 산을 타다 보니 백두대간 종주코스가 말이 아니게 훼손되었다. ‘목마른 자는 우물을 떠나라.’라는 중국 장자의 말처럼 진정 산을 사랑하는 산악인이라면 백두대간을 포기해야할 때가 되어 버렸다.

 

  이제는 무모한 종주의 개념을 다시 생각해 보아야 할 때이다. 다행히 이러한 우려를 많이 고민했는지 산림청에서는 색다른 백두대간 프로그램을 준비한다. 요즘 일고 있는 트레킹 코스와 연결고리를 만들어 백두대간과 함께 전국을 걸을 수 있게 한다는 것이다.

 서울에서는 도봉산, 북한산을 걸어서 비무장지대까지 그리고 휴전선을 따라 설악산까지 이어지는 길을 계획하고 있다. 설악산에서는 백두대간의 훼손이 심한 능선길이 아니라 산 아래 마을과 마을을 이어주는 길을 따라 걷는 종주 길을 만든다고 한다.

 

  충청도에서는 차령산맥을 따라 전라도에서는 노령산맥을 따라 전국 어디에서 출발해도 백두대간을 돌아 올 수 있는 우리나라 둘레 길을 계획한다는 것이다.

 마을과 마을을 이어주는 우리의 길에는 생활의 지혜를 담고 있는 풋풋한 삶의 이야기와 역사의 숨결이 살아 있다. 죽기 살기로 코스 일정을 잡아 체력을 엄청나게 소진하며 백두대간을 타는 종주가 아니라 가까운 이웃, 정다운 벗들과 사랑하는 이웃과 함께 백두대간 주위를 감상하며 걷는 그런 코스인 것이다. 어떤 곳에서는 삼국의 오랜 이야기를 듣기도 하고 어떤 곳에서는 고려, 조선의 역사의 숨결을 배우기도 할 것이다.

 

  또한 대자연이 주는 무수한 경이로움과 시골 혹은 산골이 가져다주는 넉넉한 풍경과 전통의 가치관을 몸소 체험할 수 있는 프로그램으로 이어진다면 제주도 올레길, 지리산 둘레 길에 이어 또 다른 명품길이 탄생할 것 같다. 아직은 계획의 단계에 있지만 이 길을 만들 때 또 다른 개발의 빌미를 주지 말아야 하기에 많은 고민이 우선 되어야 한다.

 

  과연 이 길이 우리 거창을 지나갈 때 우리는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 를 생각해 보았다. 얼마 전 이 계획안을 준비했던 분이 거창을 다녀 간 후 산림청 실무자의 TV인터뷰를 보았다. 충분한 예산도 잡혀 있었고 준비 또한 꼼꼼하게 진행되고 있었다. 무엇보다 산이 가져다 주는 자연의 가치, 삶의 이야기, 그 주위의 정신적 가치를 소중히 다룬 다고 했다. 우리 거창은 능히 그 프로그램에 보답할 수 있는 여건을 골고루 갖추고 있다. 막연히 기다리기 보다는 우리가 미리 해야 할 일들이 너무나 많은 것 같다.

 

  우리 거창은 전국에서도 빠지지 않는 정자 문화 즉, 와정, 모정, 수음정, 석정 같은 다양한 정자 문화 백화점을 가지고 있다. 또한 이들과 잘 어우러진 계곡으로 이어지는 길들과 중간 중간 아름다운 숲들, 역사의 현장들... . 이제는 이들이 그냥 지나가기만 하는 그런 길이 아니라 머물다 가는 길이 될 수 있게 준비하여야 한다.

 

  그들은 파괴된 자연을 싫어할 것이기에 군의회 의원들이 어울려서 더 이상 이곳들이 무분별하게 개발되지 않도록 조례제정이라도 해 두어야 할 것이다. 그리고 현지 주민들이 손수 농사짓고 그 농산물로 운영되는 주민들의 민박이나 식당들을 우선적으로 배려해 주어야 할 것이다. 그들이 와서 쉽고 재미있게 우리의 이야기를 들어주어야 할 공간이라면 족하다.

 

  우리들이 걸어 다녔던 오솔길을 찾아내 자연스럽게 연결만 해 주는 그러한 길을 열어 놓기만 해도 충분하다. 그곳 어느 곳에 쯤 지난 호에 생각해 보았던 수목원을 마련해 둔 다면 새로운 백두대간둘레 길 중에서도 가장 자랑스럽고 누구에게나 그곳에서 쉬어가야 할 명소로 평가 받게 될 것이다.


포토뉴스



의료·보건·복지

더보기

오피니언

더보기

라이프·게시판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