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저씨’, ‘친구’, ‘마더’ 속 그 곳, 매축지마을을 가다

  • 등록 2018.02.03 22:1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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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촬영지로 각광… 한국전쟁 당시 피난민촌 모습 그대로 간직

 

(부산/최록곤 기자) = 일제강점기 때부터 만들어진 오래된 집들과 좁은 골목, 옛 간판까지 고스란히 남아 TV와 영화 속에서나 볼 수 있을 것 같은 풍경이 눈앞에서 펼쳐진다.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 당시 피난민 촌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한 곳, 부산시 동구 범일 5동 매축지마을이다.

매축지란 바닷가나 강가 따위의 우묵한 곳을 메워서 뭍으로 만든 땅을 말한다. 부산 범일동의 매축지 마을은 좌천역에서 나와 굴다리와 육교를 지나야 갈 수 있다.

지하철역에서 매축지마을로 가기 위한 육교. 영화 '아저씨', '친구' 등 많은 영화가 촬영됐다.

이 육교는 영화 ‘아저씨’에서 물건을 훔치다 걸린 소미(김새론 분)가 육교를 내려오던 태식(원빈 분)에게 도움을 요청했지만 외면당하는 장면이 촬영된 장소이기도 하다.

육교 계단에 앉아 포즈를 취한 관광객들이 서로 웃음을 띄며 사진을 찍고 있다. 육교 계단에 새겨진 영화의 장면들을 찍기 위해서다. 육교는 계단에 앉아있기만 해도 멋진 화보를 만들어줘 관광객에게 인기가 많다.

육교 아래를 내려다보면 철길이 보인다. 영화 ‘친구’에서 주인공 친구 4명이 영화표 값 내기를 하고 달리던 바로 그 철길이다.

마을을 촬영하러 온 안주은(43)씨는 "마을 들어서기도 전에 철길만 봐도 영화 속으로 들어가는 느낌이 든다. 영화 촬영지로 유명해서 사진촬영을 꼭 하고 싶었던 곳이다. 도심 속에 차려진 영화 세트장 같다"며 연신 카메라 셔터를 눌렀다.

좁은 골목 사이 알록달록 그려진 벽화를 볼 수 있다.

마을 입구에서 길을 따라 걷다보면 왼쪽으로 한 사람이 겨우 지나갈 만큼 좁은 골목이 보인다. 좁은 골목은 판잣집 지붕에 햇빛이 가려 어둡다. 그늘진 벽에는 아이들과 집 등 알록달록한 벽화가 그려져 있어 마을의 볼거리를 제공한다.

큰 길을 따라 가면 녹슨 입간판이 서있는 미용실이 나온다. 외부에 붙은 스티커가 너덜거리긴 하지만, 아직 운영하고 있다.

영화 '아저씨' 포스터 그림. 마을 곳곳에 그림이 그려져있다.

매축지마을은 ‘아저씨’, ‘친구’, ‘하류인생’, ‘마더’ 등 다양한 영화의 배경이 됐다. 마을 곳곳의 건물과 벽에 그려진 영화 벽화들이 스크린 속 그 장소임을 짐작케 한다. 마을을 다니며 영화를 추억해보는 것이 매축지마을에서만 느낄 수 있는 매력 포인트인 셈.

이처럼 수많은 영화가 촬영될 수 있었던 이유는 매축지마을이 철거 예정지로 개발에서 제외됐기 때문이다. 아이러니하지만 이로 인해 여행객과 사진작가들에게는 손꼽히는 명소가 됐다.

1990년 당시 재개발이 추진됐지만 사업성 부족으로 이뤄지지 않았다. 현재 마을은 철도와 도로로 둘러싸인 ‘도심 속 오지마을’이 됐다.

한편, 이 같은 매축지마을의 역사는 100년 가까이 이어져오고 있다. 1913년부터 1938년까지 일제는 부산 동구, 중구, 남구의 일부 해안을 매립해 방대한 매축지를 조성했다. 1917년 초량동 매축지에 인가가 들어서면서 매축지 마을이 형성됐다.

최록곤 기자 기자 leonair@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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