곤명 윈드오케스트라, '조화'를 외치다.

  • 등록 2016.04.18 16:0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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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선생님, 학부모, 아이들의 조화가 만들어 가는 오케스트라

 

 곤명윈드 오케스트라(곤명초등학교(교장 서인애)소속, 이하 곤명윈드)가 ‘조화’를 배우기 위해 창단한 것은 2014년이었다. 2012년 (구)곤명초등학교와 (구)완사초등학교가 통폐합되면서 상처받고 어색할 수 있는 50여 명의 아이들을 위해 어른들의 열정과 마음이 마련한 것은 음악이었다.

 창단을 준비하는 과정에서부터, 창단 이후 새해가 되면 늘 주축이 되던 6학년들이 졸업해 ‘곤명윈드’는 매년 새로움에 도전하고 있지만, 창단 첫해인 2014년 사천교육지원청이 주최한 ‘초등학교 합주 경연대회’ 우수상 수상, ‘밝은땅다솔문화축제’, ‘정기연주회’ 등을 통해 열심히 자라고 있다. 곤명윈드는 마음과 마음을 잊고, 선배와 후배, 지역을 잊는 가교가 돼 연주를 통해 수많은 조화를 이끌어내고 있다.

자기 몸집만한 악기가 힘들기도 하련만 40여분을 쉬지 않고 끝까지 트럼본을 연습하는 곤명윈드의 2학년 단원

 곤명윈드 지역과 사람들을 만나다
‘곤명윈드’ 단원들은 매주 화요일과 목요일 방과후 수업을 이용해 저 학년은 음악기초를 배우고, 고 학년은 연주법을 배운다. 목요일에는 금관과 목관, 타악으로 나뉘어 각 파트별로 개인연습을 한다. 화요일에는 ‘곤명초등학교’ 총동창회를 앞두고 졸업한 선배들에게 선보일 합주를 연습중이다.

 손가락이 짧아 아직 악기를 다루기 어려운 저 학년은 오카리나를 불며 합주에 참여해 음의 조화를 배우고, 갓 악기를 배정받은 2학년은 침을 흥건하게 흘리고 머리가 아파도 악기를 놓지 않는다. 통폐합 이전 곤명초등학교를 졸업한 강 씨는 “학교가 없어져 많이 아쉬웠는데, 후배들의 연주를 듣게 된다니 섭섭함 맘이 사그라지는듯 하다.”며 너스레를 뜬다.

집중력있게 합주연습을 하는 곤명윈드 오케스트라

 곤명윈드 아이들의 이야기
 아이들이 밝아졌다. 삐쭉빼쭉하던 아이들이 활달해지고 환하게 웃기도, 말도 잘하게 됐단다.

 장애를 가지고 있던 아이와도 다르지 않게 어울리고, 저희들끼리 괴롭히고 괴롭힘을 당하는 일도 먼 나라 이야기란다. 취재를 간 날도 아이들이 먼저 달려와 먼저 인사를 건넸다. 쭈뼛쭈뼛한 기자의 손을 끌던 소년은 ‘털털하게’ 연습실을 한바탕 웃음으로 만들기도 한다.

 한 학부모는 “오케스트라 때문에 걸어서 5분도 안 되는 등교길을 마다하고 자동차로 20분을 달려 통학을 하고 있다”면서, “가끔은 졸린 눈을 부벼가며 덜컹거리는 차안에서 빵으로 아침밥을 대신하기도 하지만 아이가 즐거움을 빼앗을 수 없어 아침 30분의 단잠을 포기할 수 있었다”고 말한다.

 또 한 2학년 학생의 학부모는 “멀리 발령이 난 남편을 따라 가야되지만, 아이가 오케스트라를 좋아 하기에 연고도 없는 곳에 머물러 살게 됐다.”고 사연을 말하기도 한다.

곤명윈드 오케스트라 지위자인 권미화 선생님.

 곤명윈드와 함께 하는 사람들
 권미화 지도교사는 곤명윈드가 시작할 때부터 함께 했다고 했다. “6학년이 졸업을 해 중학교로 가면서 새롭게 시작해야해 힘든 점이 많았는데, 곤명중학교(교장 김균환)에서 관학부를 만들어 같이 할 수 있게 돼 더 성장한 모습을 보일 수 있게 됐다”며 귀띔 한다.

 사천시 중심에서 가장 멀리 떨어지고, 가장 작은 학교들이어서 늘 소외 받는다 느꼈다는 한 학부모는 “같이 했던 시간들만큼, 이들이 다시 하나의 화음을 만들어 낼 것에 기대가 크다” 말한다.

 권미화 지도교사는 따뜻한 미소로 아이들과 함께하는 지휘자다. 정필원 선생님은 멀리 남해에서 와 일주일에 두 번 웃음기 많은 얼굴로 아이들과 시간을 보낸다. 긴 머리를 휘날리는 아이들의 형과 같은 느낌이다. 최문근 선생님은 타악 전문으로 적은 수의 아이들과 같은 파트에 있다 보니 더 끈끈한 모습이고, 목관을 가르치는 권상현 선생님, 금관을 연주하는 서진수, 김민국 선생님은 가슴을 내어주고 아이들과 함께한다.

 낮 동안 땡볕아래서 지칠 법도 하지만 어머니들은 아이들의 간식을 챙기고, 다 완성되지 않은 화음을 들어주고 아이들과 함께 한단다. 때로는 동문회와 동창회 행사장, 사천시청을 찾아다니며 차를 팔고, 허드렛일을 도맡아 아이들의 간식비와 곤명윈드 발전기금을 마련하고 있다.

 오케스트라의 연주가 감동을 주는 이유는 조화에 있다. 저마다 다른 음을 내고, 저마다 다른 모습이지만 이들은 또 하나로 뭉친다. 취재를 하는 내내 아이들과 선생님과 학교와 학부모들이 다 맞춰지진 않았지만 조화를 보였다. 어른들도 힘든 40여 분을 집중해 연습하는 아이들에겐 그 조화의 모습이 녹아 있다. 저마다 소리를 내고 있었지만 분명히 조화를 가진 하나로 느껴진 것은 함께하는 이야기가 숨어 있어서는 아니었을지 싶다.

 오케스트라의 연주가 감동을 주는 이유는 조화에 있다. 미래에 음악을 직업으로 해 사람들에 위안을 줄 훌륭한 음악가나 연주가가 곤명윈드에서 탄생하지 않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현재의 아이들은 즐거워 보였고, 쉬지 않고 연습하는 힘을 보였다. 아이들이 음악으로 자라난다면 분명 이들은 조화로운 세상을 만드는 한 축으로, 버팀목으로 자랄 것으로 보여 곤명윈드의 미래는 밝아 보였다.

조권래 기자 기자 edit0606@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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