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민건강보험공단 거창함양합천지사 노인장기요양보험 거창운영센터장(통합돌봄지원팀(TF)) 진철수
[경남도민뉴스] 2025년 대한민국은 국민 5명 중 1명이 65세 이상인 ‘초고령 사회’의 정점을 지나고 있다. 급격한 인구 구조의 변화는 우리에게 두 가지 거대한 질문을 던진다. 하나는 “늘어난 수명을 어디서 어떻게 보낼 것인가”라는 삶의 질에 대한 질문이며, 다른 하나는 “폭증하는 의료·돌봄 비용을 어떻게 감당할 것인가”라는 지속 가능성에 대한 질문이다.
이 난제에 대한 해법으로 오는 2026년 3월 27일, 「의료·요양 등 지역사회 계속거주를 위한 통합지원법」(이하 통합돌봄)이 본격 시행된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주도적으로 준비해 온 이 제도는 단순한 복지 서비스의 확대를 넘어 대한민국 보건복지 패러다임의 대전환을 예고하고 있다.
그동안 우리의 노인 돌봄 체계는 ‘의료’와 ‘요양’, ‘돌봄’이 제각기 분절된 채 운영되어 왔다. 병원 치료가 끝난 어르신이 집으로 돌아가고 싶어도 돌봐줄 사람이 없어 요양병원을 택하거나, 반대로 의료적 처치가 필요한데도 시설에 방치되는 ‘미스매치(Mismatch)’가 빈번했다. 이는 어르신 개인의 불행일 뿐만 아니라, 건강보험 재정을 갉아먹는 주범인 ‘사회적 입원’을 양산하는 구조적 원인이었다.
학술적으로도 ‘에이징 인 플레이스(Aging in Place·살던 곳에서의 노후)’는 노인의 인지 기능 유지와 정서적 안정에 필수적임이 입증된 지 오래다. 병원이나 시설이라는 격리된 공간이 아닌, 익숙한 내 집과 지역사회에서 생활할 때 노후의 삶의 질은 비약적으로 상승한다. 통합돌봄은 바로 이 지점을 겨냥한다. 방문 진료와 간호, 재활 서비스가 집으로 찾아가고, 식사와 이동 등 생활 지원이 결합하여 어르신이 지역사회에 머물 수 있는 ‘환경’을 구축하는 것이다.
재정적 당위성 또한 명확하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이 12개 지자체에서 수행 중인 ‘노인 의료·돌봄 통합지원 시범사업’과 13개 지역의 ‘의료-요양 통합판정 시범사업’은 괄목할 만한 시사점을 준다. 어르신의 상태를 과학적으로 판정하여 꼭 필요한 서비스를 연계했을 때, 불필요한 장기 입원이 줄어들고 이는 곧 천문학적인 의료비 절감으로 이어진다는 사실이다. 한정된 건강보험 재정을 효율적으로 사용하여 제도의 지속 가능성을 담보하는 유일한 길은 ‘통합돌봄’ 뿐이다.
제도 시행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성공의 열쇠는 ‘연계’와 ‘협력’에 있다. 공단의 방대한 빅데이터와 전문성, 그리고 지방자치단체의 현장 행정력이 유기적으로 결합해야 한다. 시범사업을 통해 드러난 현장의 애로사항을 면밀히 보완하고, 의료계와 돌봄 종사자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이끌어내는 세밀한 조율이 필요하다.
통합돌봄은 먼 미래의 이야기가 아니다. 당장 우리 부모님의 현실이자, 머지않은 우리 자신의 미래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추진하는 이번 통합지원 사업이 성공적으로 안착하여, 모든 국민이 병실이 아닌 내 집에서 존엄한 노후를 맞이하는 ‘통합돌봄 민주주의’가 실현되기를 강력히 촉구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