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을은 억새와 단풍의 계절이다. 바람에 흔들리는 은빛 물결과 불그레하게 물든 고운 단풍으로 이름난 관광지들은 나들이 인파로 또 다른 장관을 연출한다. 인파의 한 점이 되어 억새 은파와 단풍 숲의 흥분을 만끽하고 나면, 차분하게 가을을 느낄 수 있는 한가한 한때도 그리워진다. 도심 속 휴식 공간도 가을나들이엔 색다른 맛을 준다. 깊어가는 가을, 화려한 단풍과 가을날 서정을 함께 즐길 수 있는 양산으로 떠난다.
양산시 하북면 용연리 천성산 중턱의 내원사 계곡은 찾는 이가 끊이지 않는 곳이다. 봄철에는 철쭉 상춘객, 여름철에는 맑은 계곡물에 발 담그는 피서객, 가을에는 단풍놀이객, 그리고 계절을 가리지 않는 등산객까지 사철 북적거린다.
가을 도보 여행길로 선택한 내원사 가는 길은 대략 왕복 6km 거리. 길은 내원사 매표소 앞 주차장에서부터 내원사까지 완만하게 이어진다. 주차장에서 건너는 심성교에 이어 진산교, 금강교, 옥류교, 세진교, 여의교 등 돌다리 5개가 사찰에 이르는 이정표를 구실을 한다.
11월의 계곡은 시끌벅적했던 지난여름을 말끔히 지워낸 모습이다. 사람의 흔적이 남지않은 정갈한 모습으로 깊어가는 가을풍경을 담아내고 있다. 발끝에 맥없이 밟히는 낙엽이 깊어가는 가을을 실감하게 하고, 길가의 구절초와 층층이 결 고운 떡바위가 카메라 셔터를 누르게 한다. 계곡물 위에 떠다니는 단풍잎도 걸음을 더디게 하는 데 한몫한다.
잘 다져진 아스팔트가 풍경에 한눈을 팔아도 될 만큼 발밑을 신경 쓰지 않도록 도와준다. 음량을 조절하듯 커졌다 작아지기를 반복하는 물소리로 계곡의 깊이를 가늠한다.
그다지 넓지 않은 하폭이지만 바위 널을 타고 떨어지는 크고 작은 폭포와 물웅덩이가 만만찮은 계곡의 깊이를 보여준다.
![]() |
| 출처=경남공감(gyeongnam.go.kr) |
금강교를 지나면 '소금강(小金剛)'이라 새긴 절벽이 나타난다. 층층의 너럭바위를 미끄러지듯 흘러내리는 물과 늘어진 소나무가지가 소금강이란 별호에 이름값을 한다. 마침 나타나는 돌다리는 '옥류교(玉流橋)'. 이어 마음속 티끌 같은 먼지도 옥류에 씻어버리라는 듯이 '세진교(洗塵橋)'가 나타난다. 다리 이름에 담긴 의미를 생각하며 걷게 하는 묘한 매력을 지닌 계곡이다.
내원사유치원의 자연학습장을 알리는 신랑각시 장승을 지나면 내원사 안내표지판 앞에 선다. 신라 원효대사와 관련된 내원사 창건 역사가 설명돼 있다. 6·25 때 화재로 소실 된 것을 1958년 수옥스님이 재건해 현재는 비구니 사찰로 유명하다.
절간으로 들어가는 마지막 다리 '여의교(如意橋)'. '뜻하는 바대로 이루라'는 다리를 건너며 1시간 정도 걸어 올라온 이들의 표정이 한껏 밝아진다. 반환점으로 정하고 올라온 내원사가 드디어 모습을 드러낸다. 산기슭 지형을 이용해 지어진 6~7동의 건물 짜임새가 단출하면서도 아름답다.
내원사 큰법당 '선나원'을 둘러보고 절 마당을 내려다 볼 수 있는 나무의자에 앉았다. 절집 기와지붕과 불그레한 산 능선이 눈높이에 편안하게 걸린다. 나무그늘도 아닌 곳에 의자가 길게 놓인 이유를 앉아보고서야 안다. 산 아래로 다시 길을 잡는 나들이객을 은은하게 울리는 내원사 풍경소리가 배웅한다.
출처=경남공감(gyeongnam.g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