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少年)
윤동주 / 시인
여기저기서 단풍잎 같은 슬픈 가을이 뚝뚝 떨어진다.
단풍잎 떨어져 나온 자리마다 봄을 마련해 놓고
나뭇가지 우에 하늘이 펼쳐있다.
가만히 하늘을 들여다보려면 눈썹에 파란 물감이 든다.
두 손으로 따뜻한 볼을 쓸어보면
손바닥에도 파란 물감이 묻어난다.
다시 손바닥을 들여다본다.
손금에는 맑은 강물이 흐르고, 강물 속에는
사랑처럼 슬픈 얼굴 ㅡ 아름다운 순이(順伊)의 얼굴이 어린다.
소년은 황홀히 눈을 감아 본다.
그래도 맑은 강물은 흘려
사랑처럼 슬픈 얼굴 ㅡ 아름다운 순이(順伊)의 얼굴은 어린다.
[출처] 가을의 시 모음 [아름다운 시] [가을의 시] [애송시] [좋은 시]|작성자 귀공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