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8일 해발 627.75m에 위치한 가북면 홍감마을에서 주택 화재가 발생했다. 오전 9시경 창고로 사용하는 아래채에서 불이 난 것을 발견해 곧바로 119에 신고를 했다.
마을이장과 주민들은 소방차가 올 때까지 농촌형소화전으로 초기 진화를 했다. 가장 가까운 가조 소방서에서 이 마을까지는 16km다. 신고를 받고 즉시 출동해도 17분정도 걸리는 거리다. 넋 놓고 소방차가 오기만을 기다리기엔 꽤 긴 시간이다. 마을 주민들의 초기 진화 작업이 없었다면 아찔한 상황이 벌어졌을지도 모른다. 농촌형소화전을 제대로 이용한 덕분에 불은 본채로 옮겨 붙지 않았고 피해를 최소화 할 수 있었다.
이런 화재를 예견하기라도 한 듯, 가북면에서는 올해 2차례에 걸쳐 마을별 농촌형소화전 전수조사를 실시했다. 부서진 소화전과 파손된 소화전함 그리고 그 속에 비치되어 있어야할 장비(소방호스, 관창, 렌치, 이경유니언 등)가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은 곳을 정비하고 관리대장도 현행화 했다. 또한 군으로부터 예산을 지원받아 소화전함이 없는 곳은 새로 설치하기도 했다.
그동안 소화전이나 소화전함은 마을에 설치만 되어 있을 뿐 사실상 주민들이 사용법을 몰라 거의 방치되어 있는 경우가 다반사였지만 올해 현장 점검을 통해 마을 이장들에게 사용법을 안내하고 실전과 같은 훈련을 해봄으로써 이번 화재 시 초동 진화를 확실하게 할 수 있었다.
이렇게 우리는 소화기나 소화전을 이용해 소방차가 오기 전까지 초기진압을 할 수 있음을 유치원때부터 배워왔다. 하지만 막상 실제로 화재가 발생하면 당황부터 하기 일쑤다. 그래서 최근에는 차분하게 사용법을 알려주는 ‘말하는 소화기’가 개발되기도 했다고 한다.
우리나라에는 작고 큰 화재가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다. 국민안전처에서 발표한 2015년 기준자료에 의하면 전국에서 연간 1,837건의 화재가 일어났다. 화재사고의 특성상 1건의 사고로 인명, 재산 등 막대한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
따라서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선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는 초기 진압이 가장 중요하다. 화재를 진압할 수 있는 장비가 현장에 있더라도 당황해서 사용법을 모른다면 ‘빛 좋은 개살구’에 불과할 것이다. 무엇보다 소화전 사용에 익숙해지는 것이 중요하다.
민방위 훈련이나 각종 재난 훈련할 때 마을주민을 대상으로 소화전 사용 훈련을 실시하고, 마을마다 대청소를 실시할 때 소화전을 이용하도록 한다면 자연스럽게 주민들이 위급 상황에서도 소화전을 사용할 수 있을 것이다.
이와 함께 소화전 앞에 버젓이 주차를 한다거나, 박스와 쓰레기들을 쌓아둬 이웃의 생명과 재산을 볼모로 잡는 일은 없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