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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상국립대학교 “나무는 과거를 기억하고, 숲은 이야기를 품는다”

▸왕과 사는 남자'의 ‘영월 청령포 관음송’은 현재진행형 문화 콘텐츠

 

[경남도민뉴스=구인애 기자] 경상국립대학교 산림환경자원학과 강철기 명예교수가 《우리 땅에서 가장 소중한 나무와 숲》(한숲, 272쪽, 2만 8000원)을 펴냈다.

 

이 책은 국가유산청 자연유산위원으로 ‘꽃·나무 스토리텔러’로 불리는 저자가 지난 25년간 전국 방방곡곡의 천연기념물을 직접 찾아다니며 기록하고 촬영한 집념의 산물이다.

 

나무는 단순히 땅에 뿌리를 내린 식물이 아니라, 그 땅의 역사와 인간의 삶을 온몸으로 기록한 ‘살아있는 고문서’다.

 

이 책은 단순한 식물도감을 넘어서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100곳의 나무와 숲이 간직한 학술적 가치, 역사적 배경, 아름다운 경관을 511장의 사진으로 담은 흥미로운 이야기다.

 

책 속에는 우리 역사의 결정적 순간을 함께한 나무들이 등장한다.

 

세조에게 장관급 벼슬을 받은 ‘보은 속리 정이품송’이 600살 나이에 95살의 ‘삼척 신부 소나무’를 맞게 된 사연을 영조와 정순왕후의 혼례에 비유하며 흥미를 돋우고, 영화 '왕과 사는 남자'에서 유배된 단종의 비참한 모습과 애달픈 울음을 보고 들은 ‘영월 청령포 관음송’을 통해서는 나무가 어떻게 우리 민족의 혼과 한을 반영하고 있는지 보여준다.

 

황석영의 소설 《할매》의 모티프가 된 ‘군산 하제마을 팽나무’와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로 전국적 명소가 된 ‘창원 북부리 팽나무’를 언급하며, 천연기념물이 박제된 유산이 아닌 ‘현재진행형 문화 콘텐츠’임을 강조하기도 한다.

 

더불어 논개의 절개를 나타낸 ‘장수 장수리 의암송’, 다정한 부부의 모습인 ‘포천 직두리 부부송’, 대통령 탄핵 심판을 아주 가까이에서 지켜본 ‘서울 재동 백송’, 키가 가장 크고 나이가 많다는 ‘양평 용문사 은행나무’, 단풍철 교통체증으로 이름난 ‘원주 반계리 은행나무’, 굳건한 우의를 상징하는 ‘나주 금사정 동백나무’, 사람 이름의 부자 나무 ‘예천 금남리 황목근’, 이성계가 심었다는 ‘담양 대치리 느티나무’, 스승과 예의 바른 제자라는 ‘순천 송광사 천자암 쌍향수’, 효종의 북벌계획에 공감한 ‘구례 화엄사 올벚나무’, 천안 명물을 낳은 ‘천안 광덕사 호두나무’, 고드름이 거꾸로 달린다는 ‘진안 은수사 청실배나무’, 시비를 가리는 해치가 먹는다는 ‘고창 교촌리 멀구슬나무’, 선조의 유훈과 은덕을 기리는 ‘부산 양정동 배롱나무’, 종택에 걸맞은 수형과 기품으로 자란 ‘문경 장수황씨 종택 탱자나무’, 진한 초록의 살아있는 그림인 ‘고창 삼인리 송악’, 이국적 풍광의 ‘제주 월령리 선인장 군락’, 다른 사람을 위해 자신의 꿈을 접은 ‘강진 까막섬 상록수림’ 등 여러 이야기를 흥미롭게 풀어놓는다.

 

홍수를 막는 ‘담양 관방제림’과 ‘함양 상림’, 바닷바람으로부터 마을을 지켜온 ‘남해 물건리 방조어부림’을 통해서는 선조들이 자연과 공존하며 쌓아온 지혜의 흔적을 추적한다.

 

우리 경남 지역은 ‘우영우 팽나무’로 널리 알려진 ‘창원 북부리 팽나무’를 비롯해 ‘창원 신방리 음나무 군’, ‘김해 천곡리 이팝나무’, ‘통영 추도 후박나무’, ‘통영 우도 생달나무와 후박나무’, ‘통영 욕지도 모밀잣밤나무 숲’, ‘통영 비진도 팔손이 자생지’, ‘남해 창선도 왕후박나무’, ‘남해 물건리 방조어부림’, ‘거창 당산리 당송’, ‘합천 화양리 소나무’, ‘의령 성황리 소나무’, ‘의령 세간리 은행나무’, ‘의령 백곡리 감나무’, ‘하동 축지리 문암송’, ‘하동 송림’, ‘함안 영동리 회화나무’, ‘함양 목현리 구송’, ‘함양 운곡리 은행나무’, ‘함양 상림’이 포함됐다.

 

강철기 명예교수는 나무와 숲을 단순한 보호의 대상이 아니라 우리가 함께 지키고 누려야 할 ‘문화적 자부심’으로 바라보게 한다.

 

오랜 세월을 견뎌온 생명의 현장을 기록한 이 책은 천연기념물 식물유산의 의미를 다시 비추며, 독자들을 시간의 깊이가 켜켜이 쌓인 푸른 생명의 현장으로 안내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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